어릴 적에는 아무도 밟지 않은 새하얀 눈길 위에
일부러 뽀드득뽀드득 소리를 내며
내 발자국을 남기는게 좋았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신발이 더러워질까봐, 발이 시려울까봐
이미 누군가가 길을 만들어 놓은 발자국에
발을 끼워 맞추며 걷는다

눈길이 아니라 다른 일에서도 그렇다
언젠가부터 나이를 먹어가면서
남들이 가지 않는 어려운 일에 부딪혀보고
도전해보려 시도조차 하지 않으려는
내 모습이 보인다

무난하고 평범하게 남들이 가는 길을 따라가는
그런 가슴이 식어 있는
사람이 되어가는 것만 같아 슬프다

예전처럼 아무도 걷지 않은 깨끗한 길에
나의 새로운 발자국을 새기는
정열 가득한 멋진 사람이 되고 싶은데..

발자국처럼 나의 시간과 기록, 흔적을 남겨두고
기억해두고 싶은 이곳을 여러가지 이유로
방치해 두긴 했지만 내 마음은 여전하다

나는
나만의 발자국을 남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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