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부터 작년에 봤던 드라마를 다시 보고 있다. 타임 슬립을 소재로 한 드라마인데 아니 처음 드라마 영업 글을 보고도, 대만 드라마를 뭐 하러 봐?라고 생각했다가 시작하고 나흘 만에 마지막 편을 주파했다. 그리고 한동안 마음에 여운이 남아서 꽤 오래 허우적댔다. 근데 지금 또 그러고 있다. 그때 그 마음이 다시 그대로 찾아와 그대로 겪고 있다.

근데 이게 나한테 얼마나 대단한 일이냐면, 나는 원래 소설도, 드라마도 잘 못 보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언젠가부터 나는 어딘가 진짜로 내 주변에 있을 것 같은 이야기를 보는 것이 힘들어졌다. 누군가의 삶의 고락을 살펴볼 마음에 여유가 없는 것일까. 그래서 오래도록 단편소설만 읽었던 적도 있었다. 한 권의 삶을 겪는 것, 누군가의 삶을 오래 지켜봐야 하는 일이 내겐 여전히 힘들다.

드라마처럼 언젠가로 되돌아갈 수 있다면, 나는 언제로 돌아가고 싶은지에 대해서 문득 생각했다. 살며 후회되는 일들은 분명 너무 많았으므로, 나는 지금까지 돌아갈 수만 있다면 돌아가고 싶은 날들이 너무 많다고 생각했다. 헌데 이제 와 곰곰이 생각해 보니 사실 나는 돌아가 봐야 아무런 소용이 없을 것 같다. 왜냐하면 나는 돌아가도 언제나 늘 같은 선택을 할 사람이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나는 용기 낼 수 없는 사람이다. 미래의 내가 얼마나 고통받는지 알아도, 나는 이 모든 일들을 다시 겪고 힘들어하고, 무너지기를 반복할 사람. 그래서 나는 절대로 고쳐 쓸 수도, 절대로 고쳐지지도 못하는 사람.

언젠가 내게 후회하느냐고 물었던 게 생각났다. 지나간 많은 사람들이 나를 떠나며 말했지. 후회하느냐고. 맞아. 후회는 언제나 해. 지금도 후회해. 하지만 나는 똑같을 거야. 나는 변하지 않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