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왠일로 장마철이 몇 주째 지속되고 있는 것 같다. 최근 몇 년간은 이렇다할 장마가 없었던 것 같은데 이번 여름은 유독 장마철이 가늘고 길게 이어지는 것 같다. 날은 매일매일 습하고 또 눅눅해서, 어제는 문득 아가미가 갖고 싶었다. 이 날씨에 마스크까지 쓰고 호흡해야 한다니, 몸에 아가미가 달려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물 속을 걷는 듯한 날씨, 아가미로 호흡하는 생선이 되고 싶다.

마스크가 익숙해진지도 꽤 되었다. 고작 반년쯤 지났는데, 마스크가 이제는 옷의 일부가 된 기분이다. 상의나 하의처럼 꼭 챙겨입어야 하는 그런거. 그래도 봄에는 춥기도 하고, 화장을 덜 하게 되서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게 좋기도 했는데, 코로나의 시대가 길어질수록 갑갑하고 답답하다. 그리고 또 그 무엇보다 죄책감이 든다. 바다거북의 코에 빨대가 꽂혀있는걸 본 뒤로는, 작지만 일상생활에서 일회용품을 덜 쓰기 위해 노력하며 지내왔는데, 매일 꼭 하나씩은 일회용품을 쓰고 버리는 삶이라니. 나날이 죄책감이 깊어진다.

코로나의 시대가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하게 된다. 어떤 학자들이 말하는 것처럼, 이제 우리의 삶은 코로나 이전의 시대로는 돌아갈 수 없다고 생각한다. 코로나 이후의 시대. 그래서일까. 그 어떤 보잘것 없던 일상이 얼만큼 소중했는지, 어떤 나날들이 내게서 소중했는지, 어떤 것들이 다시 돌아올 수 없는지, 자꾸 뭔가를 돌이켜 보게 되는 것만 같다.

과거를 계속해서 떠올리는 일, 그건 일종의 습관이고, 사실은 자해의 일부라고 생각한다. 조금은 잊었다고 생각했는데, 나는 여전히 여전하다. 변치않는 것은 왜 항상 나뿐일까. 변함없는 것은 왜 또 나뿐인걸까. 나쁜것은 언제나 나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