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까지만 해도, 망울을 여닫던 목련이 어느새 다 피었다. 까만 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본 몇십미터 밖의 목련나무가 너무도 무거워 보인다고 생각했다. 내 주먹만한 목련들이 꽃송이가 아니라 하나의 꽃덩어리처럼 보였다. 마음이 자꾸 덩어리진다. 어쩌면 나는, 심술덩어리인지도 모르겠다.

부러 멀찌감치 떨어져 보고는, 문득 어릴적에 만들곤 했던 크리스마스 카드를 떠올렸다. 나는 색지를 오려붙인 트리 위에 물풀을 찍어다 발라서, 하얀 탈지면을 동그랗게 붙이곤 했다. 그게 딱히 예뻐보이진 않았지만, 제딴에는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내는데 그만한 것은 없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목련 또한 그런지도 모르겠다. 내가 매년 목련꽃이 피고 질 때마다 이 마음을 어쩌지 못해도, 그래도 역시 봄이 오는 분위기를 내는데에는 목련나무 만한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허나 이런 봄 분위기를 타기도 전에, 목련나무의 아래를 지나며 내가 또 울상이 되었다. 바닥에 떨어진 꽃잎 여러장, 벌써부터 새까맣게 죽은 꽃잎들이 나는 너무 서글프다. 내가 바닥으로 떨어진 것도 아닌데, 우리가 거뭇하게 변한게 아닌데, 나는 매년 쓸데없이 목련꽃에 빙의한다.

이 봄, 남들 다 피어나 들썩이는 계절에, 저 혼자 마음이 접혀 울상인 것은, 단지 목련이 피었고, 이윽고 목련이 떨어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나는 여기서 더 나아가 암만 나이가 들어도, 목련의 시체만큼은, 떨어져 변해버린 그 거무튀튀함은 견딜 수가 없는 것만 같다. 남들에게 매년 찾아오는 꽃가루 알레르기처럼, 나는 매년 목련으로 앓는다. 목련이 피었음으로, 내가 갈 수 없는 골목이 늘어나고 있다. 내가 얼마나 많은 길을 돌아가야할지 모르겠다. 익숙한 골목을 헤메고, 또 많은 길을 돌아도, 다만 나는, 내가 너를 제대로 찾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