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들고 곧장 가위에 눌렸다. 어제는 온종일 컨디션이 내리막길이었고, 아무래도 몸살이 날 것만 같은 간질간질한 상태가 계속되길래, 아무것도 안하고 저녁먹고 일찍부터 누워있었는데, 겨우겨우 잠들고 얼마 안되서 강제로 기상당했다.

나는 이따금씩 혹은 종종 가위에 눌린다. 그래도 언니와 함께 살 때는 내가 가위에 눌려서 힘들어도, 나를 깨워줄 사람이 있다고 생각하면 그럭저럭 괜찮았던 것도 같은데, 혼자 살기 시작한 이후에 눌리게 되는 가위의 공포는, 다 보기 전까지 절대로 나올 수 없는 영화관에,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공포영화를 틀어놓고, 나 혼자 가둬버린 수준에 가깝다.

소리가 구체화 되고, 시각이 선명해지고, 감각은 통제받는 밤, 보고싶지 않은 장면들이 눈앞에 영화처럼 빠르게 지나간다. 나는 어제도 꾸역꾸역 눈앞의 장면을 마치 죽어가는 마음으로 보고 있어야만 했다. 꼭 이럴 땐, 엔딩마저 더럽다.

얼마나 지났을까. 크레딧이 기어이 오르고, 몸을 움직여 시계를 보니 잠든지 고작 한시간이 겨우 넘었다. 그리고 일어나 인형을 품속에 바짝 끌어안고 새벽까지 깨어있었다. 고요한 방, 밀폐된 방, 어둠에 묻힌 방. 매일 잠이 부족해서 모자랄 지경인데, 자꾸 밤이 사라진다. 내가 동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