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밤에는, 이상한 꿈을 꿨다. 내가 부정한 마음을 가진건지, 마음을 부정하고 싶은건지 잘 모르겠다. 어쨌거나 나는 참 부정한 사람이다. 매일매일 잘 지내고 있다가도 가끔 이런 꿈을 꾸고 일어날 때면, 나는 온종일 내게 부정탄 기분이 드는 것 같다. 소금이라도 쳐야할까.

햇수로만 따진다면, 벌써 십년, 그리고 올해로 나는 서른셋이나 되었다. 서른셋에게 십년이라면, 어림 잡아보아도 인생에서 거의 삼분의 일이나 지난건데, 이정도면 정말 아무일 아닌 듯이 스르르 지나쳐버릴 시간이라도 된 것 같은데, 아직도 마음에는 어떤 버려진 숲이 있는 것 같다. 우리의 버려진 숲.

어디에 있다가도, 누구와 있다가도, 그 어떤 순간에서도, 단숨에 우리의 버려진 숲으로 돌아가게 하는 어떤 것들이 있다. 어떤 장소, 어떤 노래, 어떤 말들, 어떤 단어가 내게 그렇다. 그때마다 나는 기어이 그곳으로 가서, 아무도 없는 사이에 더욱 우거진 숲을 헤메다, 제멋대로 자란 가지에 쓸리고 상처입기를 반복한다. 지난 밤. 꿈에서 내내 나는 온 숲을 헤메고 다녔다. 버려진 숲의 검부러기같은 것들을 잔뜩 붙이고서 현실로 돌아왔다. 내가 이토록 부정하다.

언제쯤 내 안에서 이 숲이 멸종할 수 있을까. 아니 정말로 아무도 멸종할 수 없을까. 계속 이렇게 내 안에 버려진채로 울창한 숲이 되는 거라면, 나는 언제쯤 이 숲을 찾을 수 없게 될까. 이제는 그만 길을 잃고 싶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