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땐 그랬지. 숨막히게 불안했던 날들, 불완전하기만 했던 이십대의 나는 불안하고 불온했던 시간들을 보냈다. 어떤 우울은 그림자처럼 뗄 수 없었고, 나는 가끔 내 그림자가 너무 짙어서 나를 잃어버리는 날들이 많았다. 몇몇의 친구들과 친했던 선후배들, 운 좋게도 곁에 좋은 사람들이 많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늘 어딘가 불안했던 것 같다. 나는 외로워서 쉬지 않고 사람을 만나고, 또 쉬지 않고 연애를 했다. 내 불안함의 허기를 사람으로, 또 사랑으로 채우려했던 치기 어렸던 날들, 그건 몇년이고 계속 이어져서, 나는 끝없이 누군가에게서 안정을 찾으려 했고, 구했고, 또 원했던 것 같다.

하지만 어느 날엔 그 모든걸 포기하게 됐다. 사람에게서 구원을 바라는 일. 사랑으로 내 불안함을 채우는 일이 어느날 갑자기 포기가 됐다. 덕분에 더 이상 새로운 사람을 만나지 않게 됐지만, 또 그래서 곁에 있는 사람을 놓지 못했다. 더는 사랑하지 않았지만, 당신에 대한 감정이 완전이 다 타버릴때까지, 누군가를 놓지 않았던 것들을 후회하고, 원망한다.

삼십대, 너를 만나고, 또 너와 살고, 정말 많은 것이 좋아졌다. 몸이 건강해졌고, 마음도 부쩍 건강해졌다. 이따금씩 생겨나는 우울할 틈을, 생겨나는 금을, 어떤 균열들을, 네가 부숴지기 전에 다 메워주고 있는 것 같다고 생각한다. 삼십대가 되어서도 여전히 다른 방식으로 불완전한 나와는 정말로 다른 사람, 늘 언제나 걱정을 머리에 이고 사는 나와, 아무말 없이 그 머리를 안아주는 너에게 고맙다. 나는 너무도 잘 지낸다. 그러니까 더이상 내 걱정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