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너무 감정적인 인간이라 사리분별을 못하나. 왜 마흔이 다 되어서도 이렇게 사리분간도 못하고 있는사는건지 잘 모르겠다. 차라리 늙지 않기라도 했다면 억울하지나 않을텐데, 머리카락도, 피부도, 몸도 노화의 길을 급속도로 걷고 있는 건 분명한데, 왜 마음만 이토록 자라지 못한 사람일까. 나는 언제나 어른스러운 사람이 되고 싶었던 사람, 하지만 실상은 어른스러운 척하는, 어느 순간에서 멈추어 조금도 자라지 못한 사람이다.

나는 원래 내 속이 어떤 사람인지 잘 모르겠다고 생각하는데, 사실 요즘은 나보다 네 속을 잘 모르겠다. 원래 누군가를 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너무도 오만한 일이 아닌가. 나는 너를 제대로 알았던 적이 없는 것 같다. 이대로 모른척 살게 되는 것일지, 서로를 모른척 하게 되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요즈음 나는 모르는게 너무 많다. 모르고 싶은 것은 아닌데.

하지 못한 말들이 내안에 켜켜이 쌓여간다. 누적된 말들을 어디에 쌓아두어야 할까. 내 안에는 더 이상 나를 쌓아둘 공간이 없는 것만 같다. 그래서 나는 때때로, 내가 하나의 거대한 짐짝처럼 느껴진다.

또 언젠가부터 말할 곳도 북극처럼 흔적도 없이 점점 줄어드는 것 같다. 하지만, 흔적없이 살기에 나는 너무 많은 흔적을 남기고 살지 않았나. 흔적없이 살아지고 싶은건지 사라지고 싶은건지 모르겠다. 이거야 원, 나이 마흔에도 여전히 나는 아는게 하나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