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 시간은 언제나 거기 있다. 내가 부러 눈을 감았던 때도, 언제나 거기 있었을 것이다. 그래도 그 시절에는, 눈을 꼭 감아보고 나면, 내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새카만 어둠 속에서는, 내 어두움이 보이지 않았다. 나는 그게 좋았다. 그래서 한때 나는, 이대로 평생을 눈뜨지 않은채 살아도 좋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이렇게 눈 감아 보이지 않는 과거였다면, 그래서 눈뜨고 나면 신기루처럼 사라질 것이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지나온 시간들은 종종 녹슬거나 부식되곤 했지만, 끝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다. 눈뜨고도 모른척 하고 싶었던 과거가 오래도록 묵었다. 그러나 이 오래된 과거는, 아마 평생을 묵혀도, 알맞게 익지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