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비가 얼마큼 오건, 햇볕이 얼마만큼 쨍쨍하건 간에, 또 세계의 어디에서 태어난 바람이 여기까지 건너와 불어오거나, 먹구름이 이 세상 사람들의 머리 위에 잔뜩 끼어 우중충하더라도, 나는 내가, 맑거나 흐리거나 비오거나 눈이 오려는 그 어떤 날씨에도 그다지 영향받지 않고, 언제나 마음의 평균을 유지하며 사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는데, 나는 언제나 계절의 날씨를 너무 과하게 타거나, 주변 사람들의 영향을 지나치게 받으며 사는 것 같다. 비가 오면 마음이 젖고, 바람이 불면 마음이 그 바람에 떠밀린다. 아니, 사실 이건 핑계다. 결국엔 내 탓이 아니라, 남 탓이, 아니 뭐라도 탓하고 싶은거다. 나는 내가 그 어떤 것에도 영향 받지 않을 만큼, 마음의 심지가 굳지 못한 사람이라는 게 늘 마음에 걸린다. 어제처럼 이런 일이 있을때면, 마음은 굳지 않는데, 공연한 내 얼굴만이 굳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