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심을 모르는 밤이다. 밤은 언제나 내게 똑같이 새카맣기만 해서, 나는 잠에 빠져들지 않고서는 오늘밤이 깊은지 얕은지를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밤눈이 밝아서, 어둠속에서도 나를 쉽게 찾았던 너는, 지금 거기서도 매일매일 괜찮은 밤을 보낼지 모르겠지만, 나는 밤눈이 자주 어두운 사람이었다. 밤이 깊어지면 깊어질수록, 수심이 깊어진다. 나는 자꾸 나를 잃고 헤메는 것만 같다.

이틀내내, 수심이 깊은 밤이었다. 나는 너무 힘든 밤을 보냈다. 그저께는 오른쪽 눈이 도려내진 고양이가 꿈에 나오더니, 내가 그 꿈에서 깨어날때까지 그 도려진 눈으로 나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고양이는 내게 가까이 오지도, 달아나지도 않았다. 그저 나를 가만히 보고만 있었다. 나는 나를 쫓는 눈이 너무 무서워 도망치고 싶었지만, 알람이 울려 잠이 깨지던 순간까지, 그 꿈에서 깨지 못했다. 어제는 고작 출근시간을 두어시간 앞두고 잠이 들었더니, 나쁜꿈들을 연달아 꾸고서 가위에 너무 심하게 눌렸다. 무엇인지 모르는 것이 내게 점점 가까워 오는데, 나는 소리를 지를수도, 움직일 수도 없었다. 깊은 밤이 나를 그대로 관통했다. 그러다 겨우 잠에서 깨었을 때에는, 나는 또 젖은 눈으로 인형을 사람처럼 아주 바짝 끌어안았던 것 같다.

그것들은 전부 꿈이었지만. 꿈이라서 다행인 것은 하나도 없었다. 내 무의식을 이런식으로 확인하면 할수록, 내 속에 남은 것이 무엇인지 알게될수록, 나는 마음의 수심이 깊어진다. 아무도 그에게 수심을 일러준 일이 없기에, 흰나비는 도무지 바다가 무섭지 않겠지만, 아무도 나에게 밤의 수심을 일러준 일이 없어서, 나는 매일밤이 너무 무섭다. 오늘밤은 어둠이 무서워요. 제발 오늘밤만 가지 말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