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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나는, 또다시 누구를 만나는 것이 내키지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집에 틀어박혀 히키코모리 마냥 살고 싶다거나, 아무도 만나고 싶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단지, 굳이 내가 먼저 연락해서, 그 어떤 약속도 잡고 싶지 않은 것 뿐이다. 아니 좀더 분명하게 말하면, 네가 떠난 것이, 내가 지금 다른 사람을 만나야만 하는 약속의 소재가 되는것이 싫다. 사람을 만남에 있어서는, 그 어떤 핑계거리도 없었으면 좋겠다.
헌데, 이러는 나를 다들 알고 있는 것만 같다. 싸이월드 다이어리에도 부러 손을 놓은지도 오래고, 내가 이렇게 찌질하게 구는 것이 여기뿐이라, 여기에 와보지 않는 이상 그네들이 지금의 내가 어떤지 모르는 것이 당연한데, 매일매일 퇴근 후 밤이면 밤마다, 급작스러운 약속들이 생겨나고 있다.
네가 떠난 월요일에는, 사실 내가 너무 무서웠다. 이대로 집에 돌아가면, 마음이 방안에 갇힐 것만 같았다. 마음이 완전히 닫힐 것만 같았다. 헌데 오후에 지나가 오늘이 그날이 아니냐며, 또 내가 괜찮은지를 물어오며 먼저 만나자 연락해왔고, 화요일에는 퇴근하고 학교 정문을 빠져나오는데 홍대입구에서 나를 만나러 올라오고 있다는 후배의 전화를 만났다. 이렇게 내가 아주 많이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나면, 나는 정말로 까닭없이 즐겁다. 나는 원래 사람을, 누군가를 아주 많이 좋아하는 사람이다. 내가 대학 4년의 여자친구만 없을 뿐이지, 사실 내 곁에는 좋은 사람들이 아주 많다. 모두가 내게 과분한 사람들이다.
그러나 대화 속에서 네가 떠오를때면, 나는 내 안에 어딘가가 분명히 통째로 빠져나가거나, 또는 내 어딘가는 완전히 무너졌다는 기분이 든다. 그리고 나는 이 기분이 너무도 싫어서, 요즈음 누구를 만나고 싶지 않다.
어제는 술을 마셨다. 사실, 그제도 마셨구나. 그 덕분에 어젯밤에는, 영화보자는 약속을 거절하지 못했다. 잘지내냐는 말에 답문했더니, 이렇게 무대뽀로 전화가 걸려올 줄은 몰랐다. 그러나 이 약속만큼은 조금 꺼려진다. 나는 지금, 다른 남자가 필요한게 아니니까.
나는 술을 아주 많이 마시고 집에 돌아오면, 언제나 항상, 집 문을 여는 순간부터의 모든 기억을 잃는 편인데, 지금 내 안에, 아주 이상한 마음이 공존하는 것 같다. 어제는 술을 마시고 집에 돌아와서, 카톡 남김말에, 누구도 내 곁에 오지말라는 말을 적어놓았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나는, 그 말에 대한 기억이 없다. 귀신이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