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시간이 지난지 한시간이 훨씬 지났다. 휴가를 다 끝내고 온 첫날부터, 어쩐지 야근이 기다리고 있다. 사실 그동안의 밀린 업무가 많아서 집에 못 가는 것은 아니고, 오늘부터 기초 통계학 강의가 시작되는데, 강의가 시작하는 일곱시까지 그저 교학과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강의실의 기자재들이 별 이상없이 잘 돌아가는지만 확인하고 퇴근하면 될 뿐이다. 헌데, 모두가 다 퇴근해버린 아무도 없는 교학과에 나 혼자 덩그러니 남아있으려니, 이토록 쉬이 마음이 이상해진다. 마음이 새금히 쉬어버린 것만 같다. 아직은 내가, 혼자이고 싶지 않다. 아니 아직은 내가 혼자 있을 수가 없다. 이제 갓 하루도 지나지 않았다. 하루가 또 지나고, 며칠이 더 지나면, 그래서 한달이, 두달이 되면 다 괜찮아진다는 걸 알지만, 그래 역시, 아직은 아니다. 지금 여기, 아무도 소리내지 않는다. 고적한 사무실 안에서, 마음이 대번에 적막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