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밤에, 할머니를 만나러 가는 꿈을 꿨다. 그러나 할머니는 만나지 못했다. 나는 할머니가 드실 밥이라며 제기 밥그릇에 밥을 가득 담아놓고 돌아오는 꿈을 꿨다. 꿈에서라도 보고 싶은 우리 할머니, 어느새 돌아가신 지도 일년이 넘었다.

깨고보니, 기분이 이상했다. 왜 내가 밥그릇도 아니고, 제기 그릇에 밥을 아주 수북히 담았을까. 이번에 할아버지와 할머니 제사를 같이 지내기로 했는데, 엄마는 제사 지낼 때 연락을 준다고 했었더랬다. 정말 혹시나 싶어서 아침부터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띠리릭. 고객님의 전화가 꺼져있어 소리샘으로 연결됩니다.

맞다. 엄마가 며칠 전에 핸드폰을 찜질방에서 도둑맞았다. 밤 9시가 되어서야 어찌어찌 겨우 연락이 닿았다. 엄마에게 간밤에 이런 꿈을 꿨다고, 할머니 제사 언제 지내냐고 물었다. 엄마는 제사 때 외삼촌이 연락을 주기로 했는데, 핸드폰이 없어서 모르겠다고, 아마도 음력 26일일거라고 말했다. 그 순간 뒤돌아 달력을 봤는데, 음력 26일은, 바로 내일이었다. 그 순간, 갑자기 꿈에서 깬 그 차갑고 먹먹한 기분.

외삼촌은 오늘 엄마에게 전화를 몇 번이나 걸었다고 했다. 꺼져있어서 연락이 닿지 않았지만, 어쨌거나 그 꿈 덕분에, 내일 잊지않고 할머니 제사에 갈 수 있게 됐다. 나는 나를 보고싶어하는 우리 할머니를 믿는다. 나도 역시 우리 할머니가 너무 보고싶고, 보고싶고, 보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