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가 열어놓은 문을 닫고 나가기도 전에, 어젯밤부터 불청객이 또다시 집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길었던 여름 장마의 꼬리가 눈앞에서 다 빠져나가기도 전에, 밤부터 집에는 열대야가 찾아 들어왔다. 그러더니 또 다시 방구석에 들어앉아 자리를 펴고 내 옆으로 와서 가만히 눕는다. 장마가 나간 자리에, 결국에는 열대야가 그대로 들어와 옆에 누웠다. 내 곁에 누웠던 밤, 나는 그게 너무 낯설어, 나는 몸을 몇번이나 뒤척거렸다.

그래도, 아침부터 해가 반짝, 뒤늦은 오후에도 내리쬐는 뙤약볕을 보고 있으려니 가려진 마음이 좀 밝아진다. 비에 젖은 마음 구석구석에도 빛이 든다. 건물 밖을 나서면, 숨막히는 뒷태를 가진 불볕 더위가 나를 돌아보는 통에, 그야말로 숨이 턱턱 막히지만, 그래도 간만에 말갛게 솟은 해를 보니 기쁘다. 이 마음에도 볕들 날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