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대로 실토하자면 내게는 어딘가 좀, 아니 사실 아주 많이 애같은 구석이 있는데, 요즘들어 주변에서 자꾸 오냐오냐 해서 그런지, 버릇이 썩 나쁘게 들었다. 다늦게 응석받이가 된 것도 모자라서 요즈음 마음이 자주 토라진다. 헌데, 마음이 여려지는게 아니라, 마음이 자꾸 어려져서 문제다. 이제 스물일곱도 반년이 채 남지 않았는데, 어째서 지금의 나는 미운 일곱살 같은지 모르겠다. 그래서 혹시 내가 미울까.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다시 아득해지지만, 그래도 지금처럼, 나를 예뻐해주는 그 품에 안겨서, 마냥 어리광을 부릴 수 있다면 좋겠다.

사실 요즘 나는, 그 어떤 호르몬이 내안에서 아주 극성이다. 때문에 별것 아닌 일에도 쉽게 예민해지고, 딱히 무얼하지 않아도 금새 피로해진다. 온종일 초코렛에만 집착하며, 또 어떤 우울이 틈틈히 찾아오는 것까지는 너의 죄를 모두 다 사할 수가 있는데, 제발, 피부는 나빠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세상에. 피부가 올해 들어 최악의 상태를 찍었다. 꽃이 피란데에는 안 피고, 이상한 곳에 자꾸 피어난다. 얼굴에 트러블 꽃이 피었습니다.

그 어떤 응석도, 말도 안되는 어리광도, 예민함에도, 이토록 까마득한 우울함에 있어서도, 그래도 달마다, 이 어떤 핑계를 댈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어쩌면, 사는 것이 조금은 편리하다. 내게는 아주 가끔, 내가 아닌 다른 것을 탓할게 필요하다. "네 탓이 아니야." 그 말이 아주 가끔, 간절하게 듣고 싶을 때가 있다. 또다시 간절한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