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마 잠을 잤다고 말하지 못할 정도로, 딱 그만큼 누워있다가 일어났다. 나는 이미 날이 훤히 밝고 나서야 방의 불을 껐다. 불을 딸깍- 눌러 끄는 그 순간에도, 딱히 잠이 오는 것 같지는 않았지만, 나는 어떻게든 꾸역꾸역 잠을 내 안으로 밀어넣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억지로 내 손에 떠밀려 잠들었다가, 핸드폰 알람 소리에 등 떠밀려 일어났다. 겨우 한시간 전 즈음에 밀어넣은 잠이, 도로 밖으로 밀려 나오지 않아서, 나는 아침 댓바람부터 화장실 바닥에 몇 분을 정신이 파도에 휩쓸려 나간 얼굴로 주저앉아 있었다. 그러나 이어서 보이지 않는 손이, 파도처럼 밀려와 찰싹- 내 등짝을 때렸다. 그래. 이렇게 비가 억수로 쏟아지는 날에도, 출근해야 하는 직장인의 아침이었다.

나를 때린 보이지 않는 그 손이, 나를 살살 달래어 학교로 떠밀었다. 어젯밤부터 수선스러웠던 빗소리를, 밤에도, 새벽에도, 아침에도, 낮에도, 이렇게 하루 꼬박 스물네시간을 지나 온종일 듣고 있으려니, 지금 이 마음이 너무도 소란하다. 어수선한 마음이 마치, 도떼기시장에 내다 놓은 물건인 것만 같다. 허나 마음이 새상품인지, 중고품인지, 고물인지, 도대체 나도 그 정체를 모르겠다. 아무도 잡지 않지만, 모두가 나를 들었다가 놓는다. 나를 학교로 떠밀었던 그 보이지 않던 손이, 마음을 자꾸 떠미는 것 같다. 나는 더 버티기도, 굳히기도 할 수가 없다. 네가 나를 밀어낼수록, 마음이 다시 원점에 가까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