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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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약한 유월에.
2011년 06월 13일 오후 04:06

또다시 내가 살아진지도, 꼭 한주가 지났다. 나는 핑계삼아 술을 자주 마셨다. 사실 술로써 잊으려고 했던 것은 아니었고, 지난 일들을 되새김질하듯 토해내 기억하고 싶었던 것도 아니었다. 다만 나는, 매일매일 너를 생각하면 마음이 자주 굳었고, 우리의 기억은 자주 멎었다. 그리고 이따금씩 나는, 그 어떤 텍스트들이 머릿속에 빽빽하게 들어차서, 그때마다 숨이 덜컥 멎는 기분이 들었다.
며칠 전엔, 2년 전에 쓰던 핸드폰이, 별 무리없이 켜졌다. 200건이 조금 넘게 남아있는 문자들, 사진첩에 차곡차곡 저장된 몇백장의 사진들을 아무렇지 않게 눌러 보다가 전원을 눌러 또다시 아무렇지 않게 끄고 말았다. 불쑥 지나치며 본 핸드폰 번호가, 그렇게 불쑥 내 안으로 들어왔다. 작은 기계 속에서 낯선 말투를 쓰고 있는 나와, 또 낯선 얼굴을 하고 있는 내가, 쉽사리 눈에 익지 않았다. 나는 전원을 눌러 끄고도 또 한동안, 스스로를 이방인 대하듯 나와 나 사이에서 낯설고도 서먹한 시간을 보냈다.
문득, 깨닫고 보니 오늘은 또 다시 유월이었다. 그때부터 내게 유월은 언제나, 너무도 유약한 계절이 되버린 것만 같다. 그때에 끝이 나빴던 이유는, 네가 나빠서도, 내가 나빠서가 아니라, 단지 우리에겐 여기가 진짜 끝이기 때문이었다. 그래. 우리는 거기가 끝이었다. 그리고 다시 유월이다. 내게 너무나도 유약한 계절이, 지나치게 뜨거운 여름이 또 여기에, 왔다.
Stephanie Brody Lederman, Trace, 1999-2004, Encaustic and graphite on birch pane, 12 x 12 x 1/2 inches, Spanierman Gallery, New York, United States of Americ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