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란 듯이 2013년 새해가 시작 되었다. 10, 9, 8, 7, .... 3, 2, 1. 와아아. 2013년 입니다. 하고 나 역시도 뛸 듯이 기뻐하고 싶었지만 꼭 그렇지도 않다. 한 해가 지나는 것이 그저 그런 일임은 전부터 알고 있었다. 하지만 내가 올해에도 어딘가 새로워지지 못했다는 사실은,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내가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 마다 기분이 이상하다.

드문드문 그런 생각이 든다. 변하지 않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일까. 아니. 변치않고 이렇게 살아도 좋은걸까. 나는. 보란 듯이 살고 싶었다.

그나저나, 첫 직장이었던 학교의 계약기간이 이제 3개월 정도 남았다. 학교 일은 요즘 들어 특히 업무가 많아졌고, 매일매일이 정신없게 돌아간다. 그런 와중에 이따금씩 누군가 내 귓가에 속삭이는데, '안됐지만, 이제 당신은 3개월 남았습니다. 땅땅.' 그럴 때마다 마음이 옴짝달싹 못하게 된다. 큰일이다. 마음이 시한부가 되어버린 것이다. 나는 비정규직 철폐라고 적힌 띠를 들고 나가 문헌관 앞에 누워볼까. 그런 뭐 말도 안되는 상상도 했었다.

살면서 나는, 굵직굵직한 것에 운이 좋았다. 고등학교에 입학했던 것도, 내가 가진 능력보다 더 좋은 대학교에 입학했던 것도, 타과 출신이었던 내가 지금 대학원에 단번에 붙었던 것, 그리고 갑작스럽게 대학교 조교로 취업한 것까지, 나는 내가 가진 것보다도, 언제나 운이 정말 좋았던 케이스라고 생각한다. 또한, 그랬기 때문에 많은 것에 감사하며 지낼 수 있었다. 그건 정말 행복한 일이다. 내 자리는 언제나 내게는 과분하고 넘치는 것으로 여기고 사는 것이야 말로.

새해가 되었기 때문인지, 진짜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인건지, 내일 당장 목이 잘리는 것이 아니지만, 나는 정말로 자주 어떻게 살아야 할 지를 고민한다. 계약이 종료되고, 또 다른 운이 내게 따라준다면 그야말로 감사하고 행복하겠지만, 그러기엔 나는 이미 많은 운이 따랐다. 아니. 너무 많은 운을 썼다. 이제는 정말 약속된 미래는 없지만, 남은 날들을 열심히 살아야지.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어쨌거나 열심히 사는 것 뿐이다. 나는 나를 재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