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늦게 자야만 했는데 그마저도 잠을 설쳤다. 여러번 눈을 뜨고 감을 때마다, 방은 짙었다. 밝아올 줄 모르는 어둠 속에서, 나는 설익은 밤처럼, 푸석푸석한 밤을 보냈다. 이런 새벽이면, 나는 마음이 더할 나위없이 약해진다. 매일매일 그림자처럼 나를 따라다니는 생각들이, 전부 다 꿈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기도 전에, 어젯밤 꿈에서는 내 그림자가 발 끝에서 떨어져 나를 앞질러 나갔다. 그림자가 먼저 선수를 쳤다. 성큼성큼 걸어가는 그림자를 보면서, 네가 이대로 돌아오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건 역시, 꿈이었다.

나는 도대체, 몇번이나 눈을 뜨고 감았을까. 그러다 또 다음 눈을 떴을 땐, 방이 옅어져 아침이 되었다. 지난 밤은 군데군데 설익었기 때문에, 나는 이불 속에서 조금 더 뜸을 들이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밥 짓는 것처럼, 적어도 10분은 꼼짝말고 누워서 이대로 뜸들이자 싶었더랬다. 헌데, 일분도 채 지나기도 전에, 참을성이 없는 알람 하나가 소리내어 울었다. 알람이 우는게 꼭 사람이 우는 것만 같아서, 나는 더 뜸들일 수가 없었다. 내가 설익은 밤, 얼굴이 설익은 밤처럼 푸석푸석하다. 오늘 나는 뜸이 덜들었다. 그래서 아무도 내게 손이 가지 않는다. 나도 역시, 내게 손이 가지 않는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