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때로, 틈이 나면 무언가를 생각했다. 허나 언제부턴가 일상에 틈이 없는 삶을 살게 된 후부터, 내 아주 많은 관계들에는 틈이 생겼다. 허나 그때에는 단지, 미뤄둔 것이지 밀어낼 생각은 없었었다. 그러나, 그마저도 과거형이 된 것 같다. 틈이 생긴 관계에, 내가 들어갈 틈새가 없다. 그래서 점점 나는 빈틈없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누군가의 마음에서 잡초마냥 살아남고 싶었다. 하지만 잡초처럼 마음이 뽑힐 것도 알았다. 이제는 틈날 때마다, 마음이 심각하게 황폐해지고 있다는 기분이 드는데, 점점 더 나는, 이 마음을 어떻게도 개간할 수가 없어진다. 그래서 나는 그저 손을 놓고 보기만 했다. 벌써 많은 틈이 생겼고, 벌어진 사이들이 점점 더 가물어갔다. 관계는 마른 논바닥처럼 쩍쩍 갈라졌다. 사실 나는, 언젠가 내가 무너지던 순간에, 진작에 내 마음이 이미 황무지가 되었음을 알았다. 그리고 이제 불모지가 멀지 않았음을도 안다. 내 마음이 비옥하지 못해서, 이 마음의 땅에서 아무도 살아남지 못하는 거라면, 이제 나는 아무도 마음에 뿌리를 내리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