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퐁당퐁당 하다. 어제 온종일 황사가 심하더니 오늘은 이상할만큼 하늘이 파랗다. 내가 잠든 사이에, 비라도 내렸나 싶을만큼 무척이나 깨끗하고 맑은 오늘. 날이 좋아서, 내 마음도 좀 파란 것 같아.

황사 때문인지 요며칠 비염이 심해졌다. 모래알을 씹은 듯 입속이 자꾸 간지럽다. 하지만 마스크를 쓰고 지내니까 이게 좀덜한거겠지. 그렇게 생각하면,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힐 노릇이다.

파란 하늘을 보고 있으니까, 좀 많이 걷고 싶다고 생각했다. 작년에 만들어 둔 퇴근길을 빙자한 산책길 코스가 2시간 30분, 2시간, 1시간 코스로 현재 3개쯤 있는데, 새로운 길을 발견하고 싶다. 모르는 길을 헤메이다 집에 돌아가는 순간을 좋아한다. 괜히 낯설고 반가운 기분이 좋았다. 내일부터는 퇴근하고 자주 걸어서 집에 올 수 있다면 좋겠다. 야근이여 물러가라. 훠이.

결산에 접어들 때부터 체중이 불기 시작했는데, 몇주 째 엄청 먹는 기분이더라니, 기어이 살이 꽤 많이 쪘다. 가끔 재는 체중계의 그래프가 높이 솟았다. 식욕이 노피곰 도다샤 어긔야 머리곰 비취오시라. 사실 나 역시도 체중에 꽤 강박이 있는 편이라, 살이 찌면 마음이 어쩐지 괴롭다. 세상에 딱 하나, 요행을 바라도 된다면 아무것도 안해도 늘 적당한 체중이 늘 유지되면 좋겠다.

신경정신과에 가야 할 일이 생기게 된 것 같다. 그게 사실은 너무 많은 죄책감이 든다. 이 참에 상담을 받아볼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아니, 전화부터 해볼까. 나는 어떤 번호를 몇 주째 계속 만지작 거리고 있다. 하지만 정말로 나는 원래 내 이야기를 완전히 다 못하는 사람이잖아. 지금까지 단 한번도 누군가에게 완전히 나를 털어놓은 적이 없다. 털어서 먼지 안 나오는 사람은 없다지만, 나는 털면 먼지뿐이야. 있잖아. 세상에 나는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