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야근을 하고 집에 돌아와 저녁을 만들고, 술을 꽤 많이 마셨다. 배란일인지 하루종일 호르몬이 날뛰었고, 그래서 몸이 이유없이 군데군데 아프기까지 했다. 마음에 뭐가 난 것 같은 상태, 건드리면 터질 것 처럼 꽤 아슬아슬한 상황이 하루종일 계속됐다.

​그러고나니, 당연하게도 밤에는 내 예민함이 끝까지 가 있었다. 그래서 그 핑계로, 술을 많이 마시게 될 줄 알았다. 저녁을 먹으며, 세 병 중에 두 병은 내가 먹은 것 같은데, 무슨 말을 했는지, 어떻게 잠들었는지 기억이 잘 안난다. 완전한 블랙아웃, 하지만 한편으로는 편하다. 이렇게 술을 마셔서 전부 다 까맣게 잊을 수 있다면 좋겠다.

​근데, 그 와중에 그 정신에, 일기를 엉망진창으로 썼다. 새벽에 깼다가 일기를 써놓은 걸 보고 완전 뜨악 했잖아. 나처럼 엉망진창의 일기, 그런 말을 하는 나도 어쨌거나 나겠거니 싶어서 고치지 않고 거의 그대로 두긴 했지만, 취한 나는 정말이지 더없이 엉망이구나 싶다.

​늦은 아침, 침대에 누워서 아침 메뉴를 정하려는데, 일단은 뭐가 먹고 싶지 않냐고 묻길래, 왜 먹고 싶은 것보다 먹고 싶지 않은걸 먼저 묻는지 궁금해져 물었더니,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너는 힘들다는 말을 잘 하지 않는 사람인데, 요새 좀 힘들다고 말하는 네게 너무도 미안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이런 사소한 것까지 너를 힘들게 하고, 괴롭히고 있었나. 나는 정말로 너무 내 생각만 하고 산다.

​이제 거의 한달에 가까워졌다. 한달 동안 나는 얼마나 너에게 제멋대로 굴었을까. 정말 손에 꼽게 상태가 나빴는데, 그걸 네가 매일 견뎠다고 생각하면, 다시 마음이 새카매진다.

​언젠가 나를 떠난 네가 그랬지. 나는 사람을 휘두른다고. 내가 또 뭔가를 무기로 사람을 휘두르고 있는건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면 끝없이, 또 끝없이 불안해진다. 모든 것이 블랙아웃 될 수 있다면 좋겠다. 그럴 수만 있다면, 내 영혼을 팔고싶다. 내 영혼 사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