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잠에서 깼다. 전날 저녁, 정말 오랜만에 영화관에서 영화를 봤고, 여전히 집합금지 조치가 10시인 까닭에 형님네 신혼집으로 자리를 옮겨서 저녁을 먹고 웃고 떠들다가 그 집 쇼파에서 제일 먼저 잠들었다. 혼자 새벽에 깼는데 다시 잠이 들지 않아서 한참을 멍하게 있었다. 캄캄한 우리집이랑은 다른 밝고 환한 느낌의 집, 거실에 누워 문득 이렇게 모던하게 집을 꾸미는 센스는 어떻게 갖는 것인지 궁금했다. 다음엔 꼭 밝은 집을 좀 갖고 싶다고 생각했다. 우리집은 어쩐지 오래도록 컴컴한 나를 닮은 것 같다.

어쨌거나 형님네서 아침에 집으로 돌아와 다시 잠이 들었고, 너무 느즈막히 일어났다. 어제도 늦게 일어나는 바람에 회사에 가지 못했는데, 또 너무 늦게 일어나서 가지 못했다. 왠일로 주말에 늦잠을 다 잤다. 회사만 출근하면 기분이 엉망인 까닭에, 업무 능률이 극도로 떨어져 있는 상태라 주말 출근을 하려고 했던건데, 평일에 과연 잘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다음주의 나에게 밀린 일들을 부탁해도 될까. 다음주의 나야 듣고 있다면 힘을 내.

오늘은 몇달 전 친구네 부부와 결성한 '없는 산악회'의 등산 일이었다. 하지만 비가 많이 온다는 소식에 우리는 '등산없는산악회' 모임을 가졌다. 등산을 대신해서 방탈출을 했고, 광장시장에 가서 맛있는 것들을 먹고, 먹고, 먹고, 먹었다. 술도 먹고, 먹고, 먹은 바람에, 또 취한 채로 일기를 썼다가는 며칠전처럼 너무 부끄러워 질 것 같아서, 몇 줄을 기록하고는 다음날 고쳐쓴다. 사람은 못 고쳐 쓴다는데, 나는 나를 고쳐쓰고 싶다.

어쨌거나 행복한 주말이었다. 이틀 연속으로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났다. 오랜 시간을 보냈고, 그 틈사이에서 한없이 웃고 떠들었다. 그것으로 나는 행복했다. 어쨌거나 행복했으니 더할 나위 없는 주말이지 않을까. 이렇게 매일을, 잊었던 일들을 다 잊고서, 그저 매 순간 이렇게 행복할 수 있다면 좋겠다. 아니, 행복하고 싶다. 라고 적었다가 다시 잊고 싶다고 고쳐 쓴다. 행복하지 않아도 괜찮으니까, 그냥 잊을 수 있다면 좋겠다. 잊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