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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홍대에 다녀왔다. 학교 주변, 내가 사랑하던 많은 가게들은 거의 대부분 없어졌다. 어쩐지 다른 번화가들보다도 훨씬 못 한 기분이 들었다. 우리의 자랑이었던 홍대 앞, 한바탕 자본이 휩쓸고 가서 이제는 흔해빠진 동네가 된 느낌이다.
홍대 놀이터는 코로나로 폐쇄됐다. 거기서 많이 앉아있기도 했었고 이런저런 추억들이 많은데, 이상하지. 여전히 홍대를 지키는 것은 다락투의 닭곰탕과 향미 밥집 뿐인가. 아 놀이터 앞 와플가게는 그대로 있더라. 사과쨈 와플, 그 싼맛을 좋아했는데.
캠퍼스는 또 공사중이었다. 운동장을 없애고 거기에 건물을 짓는다고 했다. 언젠가부터 학교 내 와우숲이 너무 울창하다 생각했었는데, 이제는 울창하다 못해 밀림이나 정글같은 모습이었다. 우리의 상징이었던 영원한 미소, 화살표 모양의 조형물은 왠지 영원하지 않은 모습으로 상처입은 채 방치되어있었다. 내가 다니던 건물은 그때도 낡았지만, 여전히 낡았고, 더 오래 된 모습을 하고 있었다. A동 옥상에 올라 오래된 것들과, 새로 생긴 건물을 바라는데 기분이 이상했다. 구식과 신식이 혼재하고 있다. 내 기억도 많이 낡았다.
해질녘의 학교는 구석구석 예쁘고 아름다웠고, 내 지나버린 이십대의 기억들이 여기저기 남아있었다. 나는 학부생을 거쳐, 대학원생에, 조교까지 무려 10년을 학교에 있었다. 그러니 잊었을리 없다. 다만 어떤 기억들은 흐려졌을 뿐.
학교 곳곳에서, 홍대 거리 곳곳을 떠 돌아다니면서, 내 오래된 기억들을 많이 만났다. 그리고 문득 많이 그리워졌다. 다들 잘 있나요. 오겡끼데스까. 나는 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