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전이었을까. 이나이나넷 도메인이 만료된다고 알림이 오길래, 몇 년에 한 번씩 일기를 쓰는 것 치고는 도메인을 유지하는게 너무 사치가 아닌가 싶어서 그냥 두었다. 그랬더니 평소에는 한번도 안 눌러보다가 그 뒤로 이따금씩 주소를 누르게 되는건 무슨 못된 심보일까. 이 페이지에 연결할 수 없다는 화면을 볼 때면, 내 지난 과거와 더 이상 연결할 수 없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기어이 나는 다시 원점이다.

그래서 오늘, 결국 다시 도메인을 결제했다. 일기를 매일 쓰고 싶다는 마음은, 정말로 미련이나 다름없는 것일까. 나는 이게 미련인 줄 알면서도 놓을 수가 없다. 또 한번도 쓰지 못하고 끝나버릴 수도 있는 일기. 그래도 한번을 채우기 위해 지금 일기를 쓴다.

쓰지 못한 날들 사이에서, 내 안에는 너무 많은 말들이 많았다. 진작 잘라주어야 했던 마음들이 너무 높게 자라난 것은 아닐까. 뽑아내야 했던 감정들이 여름날 잡초처럼 무성하게 자란다. 나는 불안해진 마음을 오독오독 깎는다.

그때에는 잊을 수 없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꽤 많이 잊은 채로 살아왔던 것 같다. 잘 살고 있었던 것인지, 살아낸 것인지 사실은 분간하기 어렵다. 나는 애초에 지난 감정을 돌아보지 않는 것이 가능한 인간일 리 없기 때문이다. 갑자기 펼쳐진 지난 페이지의 나를 읽으며, 나는 예전이 조금 더 사랑스러웠고 밝고 예뻤던 것 같다고 생각했다. 사랑했고, 사랑하기를 멈추지 않았던 나날들. 여전히 나는 사랑하며 산다고 생각함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래저래 참 우습고 유치한 사람이다. 아니 원래 사랑은 다 그래. 이런 감정 변화가 무디게 된 것은 육아에 지친 탓일까. 삶이 안정된 것일까. 요즈음 나는 아이를 돌보는 일에 나를 다 쓰고 있다. 매일 아침 새로운 내가 태어나고, 매일 밤 내가 죽는 것 같다. 하루살이 같은 나날들. 가끔은 하루가 더 살고 싶어져 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