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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수 없음.
2025년 09월 01일 오후 10:09

내가 너무 감정적인 인간이라 사리분별을 못하나. 왜 마흔이 다 되어서도 이렇게 사리분간도 못하고 있는사는건지 잘 모르겠다. 차라리 늙지 않기라도 했다면 억울하지나 않을텐데, 머리카락도, 피부도, 몸도 노화의 길을 급속도로 걷고 있는 건 분명한데, 왜 마음만 이토록 자라지 못한 사람일까. 나는 언제나 어른스러운 사람이 되고 싶었던 사람, 하지만 실상은 어른스러운 척하는, 어느 순간에서 멈추어 조금도 자라지 못한 사람이다.
나는 원래 내 속이 어떤 사람인지 잘 모르겠다고 생각하는데, 사실 요즘은 나보다 네 속을 잘 모르겠다. 원래 누군가를 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너무도 오만한 일이 아닌가. 나는 너를 제대로 알았던 적이 없는 것 같다. 이대로 모른척 살게 되는 것일지, 서로를 모른척 하게 되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요즈음 나는 모르는게 너무 많다. 모르고 싶은 것은 아닌데.
하지 못한 말들이 내안에 켜켜이 쌓여간다. 누적된 말들을 어디에 쌓아두어야 할까. 내 안에는 더 이상 나를 쌓아둘 공간이 없는 것만 같다. 그래서 나는 때때로, 내가 하나의 거대한 짐짝처럼 느껴진다.
또 언젠가부터 말할 곳도 북극처럼 흔적도 없이 점점 줄어드는 것 같다. 하지만, 흔적없이 살기에 나는 너무 많은 흔적을 남기고 살지 않았나. 흔적없이 살아지고 싶은건지 사라지고 싶은건지 모르겠다. 이거야 원, 나이 마흔에도 여전히 나는 아는게 하나도 없다.
Francisco Goya, Naked girl looking in the mirror, 1796-1797, Indian ink wash, 23.4 × 14.5 cm, Biblioteca Nacional de España, Spa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