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붉은빛으로 염색했던 머리는 붉은 기운은 다 빠져서 갈색으로 변해있었고, 그마저도 너무 많이 자라서 언젠가부터 내 머리 위에는 까만 뚜껑이 보기 흉하게 얹어져 있었다. 그래서 지난 주말에는 머리를 새로이 염색했다. 사실은 어려야만이 할 수 있는 머리색을 해볼까 생각하며 미용실에 갔던 것이지만, 때 아닌 지갑의 만류로 참아냈다. 어찌되었던 간에, 태어나서 가장 밝은 빛의 머리색을 하고 보니, 염색한지도 며칠이 지났건만 나는 아직도 거울이나 유리창에 언뜻 비치는 내가 낯설다. 갑자기 밝아진 머리색도, 또 반절은 줄어든 머리숱도, 조금 짧아진 길이도, 어딘가 나는 변하긴 변했는데, 그래도 나는 요즈음 자꾸, 조금 더 조금만 더 변하고 싶다고 생각한다. 머리가 아주 많이 길었으면 좋겠다. 배까지 내려오던 머리를 그렇게 미련없이 자르는게 아니었는데, 문득 나는 그 날을 후회한다. 어쩐지 나는 요즈음 머리를 하늘하늘 늘여뜨려놓고만 싶다. 그런데 내 머리는 왜 이렇게 방실방실 덩실덩실한걸까. 그래서 말인데.... 머리가 잘 자라는 동영상을 공유받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