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나는, 내 속으로 아주 많은 말을 버렸다. 그렇게 버려진 말들이 우물을 메우듯이 나를 메울 때면, 나는 내 스스로 내 목소리를 꼭 막아야만 했다. 그때 나는 그 어떤 말도 하고 싶지 않았다. 아니. 사실은,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럴때 너를 만나면, 나는 무척이나 이상한 기분이 들었었다. 너는 남들처럼 내가 왜 말을 하지 않는지를 굳이 먼저 묻지 않았다. 그럴때면 나는 괜히 조잘조잘 말하고 싶어졌다. 나는 내 목소리를 다 쥐어짜며 말했지만, 나는 네가 내 말을 귀기울여 듣고 있는지를 좀처럼 알 수 없다고 생각했었다. 너는 내가 그 어떤 이야기를 해도, 내 말에 동조하거나 동정하지도 않았다. 그 무심한 태도가 이따금씩 나를 혼란에 빠트렸다. 헌데 요즈음, 그게 너무 그립다. 말을 하고 싶지만 그 어떤 말도 듣고 싶지 않다. 나는 그저 내 말을, 네가 듣기만 해주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