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오만 변덕을 다 부린다. 비가 쏟아졌다가, 바람이 불었다가, 해가 반짝 나고, 점차 뜨거워져 벌써 여름인가 싶으면, 또 비가 쏟아지고, 바람이 분다. 나는 아직도 습관처럼 전기장판에 몸을 누이고, 학교에 와서는 거의 온종일 난로를 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깥에는 아직 만끽하지 못한 봄이, 나를 등지고 멀어져 가고 있다는 걸 알고있다. 성큼성큼, 봄이 간다. 여름이 눈에 띄게 가까워지고 있음을 피부에 닿는 볕으로 느낀다. 언젠부턴가 여름은 밤손님 같아지고 만 것 같다. 당신이 잠든 사이, 봄을 몽땅 챙겨서 달아난다. 그리고 나는 요새 자꾸, 마음에 밤손님이 드나든다. 내가 모르는 사이에, 마음을 빼앗겼는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