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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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일곱의 마법사.
2012년 02월 12일 오후 11:02

새해가 시작한지도 벌써 한달은 더 지났지만, 아직도 나는 스물일곱이라는 말이 좀처럼 입에 붙지 않는다. 아직도 나는 내가 스물일곱이나 되어버린 것이, 어느 날 갑자기 회오리에 휩쓸려 오즈의 나라에 오기라도 한 것처럼 낯설다. 뿐만 아니라 때때로 그 낯설음은 깊어진 밤이면, 딱딱하게 굳어진 막막함이 되어 나를 찾아왔다. 그러나 한살 먹은 이 나이가, 또 이미 바뀌어 버린 해는, 도로시가 살던 곳처럼 돌아갈 수 없다는 걸 알아도, 나는 종종 에메랄드 도시로 가려면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가끔 누군가 내 나이를 물으면, 그때마다 내 나이는 스물여섯도 스물일곱도 아닌, 스물여일곱살이 되었다. 나는 제멋대로 중반과 후반을 넘나들며 산다.
그리고 어느새 2월이 되었다. 이제는 익숙해질 법도 한데, 그러나 나는 아직도 모든 것이 낯설다. 나는 내가 너무 낯설다. 그 어떤 밤이 오면, 나는 이제 내가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겠다고 생각한다. 함께 할 허수아비와 양철 나무꾼과 겁쟁이 사자는 어디로 가야 만날 수 있을까. 아니, 어쩌면 나는 그 아무도 만날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 왜냐하면 사려깊은 머리를 가지고 싶어하는 허수아비보다도, 그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는 마음을 가지고 싶은 양철 나무꾼보다도, 그 어떤 용기를 가지고 싶어하는 사자보다도, 사실은 그들보다도 내가 가장 그렇다. 사려깊음도,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는 마음도, 그 어떤 용기도. 그래. 그 모든 것이 필요한 것은 언제나 전부 나였다.
Gustav Klimt, Portrait of Helene Klimt, 1898, Oil on cardboard, 60 x 40 cm, Private collec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