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반년이 지났다. 그때 내 시계에는 그 어떤 것도 쓰여져 있지 않았다. 내 안에는 눈금도, 숫자도 없었다. 누군가의 마음의 벽에 걸려있던 나는, 나를 지탱해오던 못이 흔들리자 나날이 이리저리 기울어졌다. 때문에 나는 내가 몇 시에 있는지 알 수 없었고, 내가 기다리는 미래가 몇 시인지도 알 수 없었다. 그러나 당장 한 치 앞이 흐려져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도, 시계는 토닥토닥, 나를 토닥이며 잘도 돌아갔다. 반년이 지났다. 이제 또 지나간 시간이 토닥토닥, 나를 위로한다. 나는 또다시 거짓말처럼 살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