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하고 잠든 직후, 가위에 눌렸다. 집에는 아무도 없었고, 닫힌 방은 캄캄했다. 나는 움직일 수 없는데, 어떤 형체가 다가와 내 아픈 머리를 자꾸 짚었다. 그럼에도 두통은 전혀 가시지 않았다. 형체가 내 몸에 손을 댈 때마다, 사각으로 얼어붙은 몸은 그대로 바닥으로 떨어졌다. 한덩이 같았던 내가 작은 알갱이가 되어 산산히 부서지는 것만 같아서 두어시간을 꼬박 울다 깨다를 울다 깨다만을 반복했다. 몸을 움직일 수 없어서, 알바에 한시간을 늦었다. 누군가의 손찌검이 더욱 심해졌다. 온몸에는 흔적이, 내 눈에만 보일 자국들이 빼곡하게 남았다. 그 어떤 사람의 흔적이 남는 것은 진작에 무를대로 무른 내 탓일지 모르나, 이미 물러버렸다고 해도, 누군가가 내게 미치는 압력이, 아프지 않은 것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