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새벽 두시즈음, 다시 날이 추워졌다.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같이 일하는 동생과 갈림길에서 헤어지고 난 뒤부터는, 아주 드문드문 사람들이 내 곁을 지나갔고, 가로등은 골목마다 뜨문뜨문 자리잡고서 나를 기다렸다. 나를 기다려주는 가로등의 머리맡에 한발한발 가까워질 때마다, 문득 나는 그 머리맡에 가까이 다가가, 그 불빛을 난로마냥 좀 쬐다가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주머니의 넣은 손이 까닭없이 시려웠다. 나는 언제나 빛처럼 따뜻한 사람이고 싶었다 종종, 가로등의 노오란 귤색의 빛이 눈가에 방울로 튀어서, 가끔 눈이 꼭 덜익은 귤처럼 시었다.

집으로 오는 그 마지막 골목, 길가에 사람은 아무도 없고 빛을 쬐는 사람도 나 하나뿐이었다. 동네에서 자주보는 길고양이 중의 한마리가 약 오미터 앞에서 사뿐히 발을 내딛으며, 자신의 발소리를 지우는 소리만이 들릴 뿐이었다.

고요한 밤, 거룩하지는 않은 밤. 사방이 빌라이고 팔방이 다세대 주택인 이 동네에 얼마나 창문이 많은지를 어젯밤 새삼 깨달았다. 한 집 한 가구 한 살림마다 지독히도 많은 창문들, 모두들 이 가슴에 창을 냈다. 그러나 그 수많은 창문들 중에는 그 어떤 빛도, 소리도 새어나오지 않았다. 창 내고저. 창 내고저. 이 내 가슴에 창 내고저. 이따금 하 답답한 것은 나뿐이었을까. 이 밤, 아무도 나를 여닫어볼까 하지 않는다. 이 밤, 아무도 마음을 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