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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do.
2011년 12월 28일 오후 04:12

나는 비정기적으로 그 어떤 울타리가 힘이 들었다. 오래도록 그 울타리 안에서 성장해왔지만, 나는 안전하지 않았다. 온실 속의 화초처럼 모든 일에 보호받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다만, 아주 가끔씩 바람막이라도 되어주길 바랐을 뿐이었다. 그랬던 내 기대가 크게 나빴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울타리가 내게 갖는 기대라는 것은 대체 어떤 것일까.
지난 몇 달간, 나는 울타리의 바람을 깡그리 들어주고 싶었다. 그러나 그것들을 남김없이 들어줄수록, 나는 샅샅이 무너졌다. 어느날부터는 울타리가 실타래 같다 여겨졌다. 그것도 다 헝클어져서, 나를 칭칭칭 감아오는.
때문에 수삭이 지날수록, 나는 한없이 망가지고 흐트러졌다. 처음으로 그 울타리를 나가고 싶어, 울타리를 만지작 거리기도 했다. 요즈음 자꾸만, 홀로,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게, 도망가고 싶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단지 살아지고 싶을 뿐, 사라지고 싶은 것은 아니다.
이병용, 세계, 1982, 종이에 연필, 56 x 76 cm, 유족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