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비정기적으로 그 어떤 울타리가 힘이 들었다. 오래도록 그 울타리 안에서 성장해왔지만, 나는 안전하지 않았다. 온실 속의 화초처럼 모든 일에 보호받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다만, 아주 가끔씩 바람막이라도 되어주길 바랐을 뿐이었다. 그랬던 내 기대가 크게 나빴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울타리가 내게 갖는 기대라는 것은 대체 어떤 것일까.

지난 몇 달간, 나는 울타리의 바람을 깡그리 들어주고 싶었다. 그러나 그것들을 남김없이 들어줄수록, 나는 샅샅이 무너졌다. 어느날부터는 울타리가 실타래 같다 여겨졌다. 그것도 다 헝클어져서, 나를 칭칭칭 감아오는.

때문에 수삭이 지날수록, 나는 한없이 망가지고 흐트러졌다. 처음으로 그 울타리를 나가고 싶어, 울타리를 만지작 거리기도 했다. 요즈음 자꾸만, 홀로,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게, 도망가고 싶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단지 살아지고 싶을 뿐, 사라지고 싶은 것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