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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탈없이 이번 크리스마스도 지났다. 거의 매년 크리스마스 때마다 일을 해서 그런지, 이번 크리스마스에도 역시 아르바이트에 출근해서 일을 해야 한다는 사실에도 나는 그다지 동요하지 않았다. 처음부터 그 어떤 설렘이 없다. 다만 이 날에 누군가와 헤어지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도, 나는 작게 안도할 뿐이었다. 그래도 가끔 작고 반짝이는 조명들에 눈이 부시기만 했다. 마음이 많이 무뎌졌다.
이렇게 크리스마스도 지나고 보니, 어느새 올해도 거진 끝까지 오고 말았다는걸 깨달았다. 결국에는 내가 이렇게 살아진다. 이번 해를 돌아보면, 첫달인 1월부터 12월까지 하루하루가 너무 구구절절하기만 하다. 그래서, 아주 조금은 가엾다. 지나간 세월이, 다 지나간 마음이 구겨지고 접혀서, 이제 나는 올해를, 나를 또다시 펼쳐 볼 엄두가 안날 것만 같다. 그래. 신파는 여기까지.
태어나 내가 정말 모질었던 적은, 지금부터 2년전, 딱 단 한 번 뿐이었을까. 왜 그때만큼 내가 누군가에게 모질어지지 못하는지 생각한다. 이제 누군가는 나를 아주 손쉽게 버릴 수 있음에도, 나는 이제 그 누구도 버릴 수 없는 사람이 되었다. 무서운 것은, 나는 앞으로도 그럴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걸 이제서야 알았다. 얼마전에 나는, 나를 가벼이 여기는 누군가를, 내 삶에서 떼어내 버리고자 했던 적이 있었다. 아무렇지 않게 번호는 지웠으나 한동안 마음을 쏟았던 상대였기 때문인지, 밤이면 밤마다 마음에, 꿈에, 눈에 밟혔다. 나는 다시 화해하는 꿈을 네번쯤 꾸고 나서야, 결국에는 내가 손을 뻗어 관계를 회복했다. 나는 왜 이렇게 미련이 많을까. 정말로 사람이란 물건처럼 버릴 수가 없는걸까. 누군가는 나를 물건처럼 쓰다 버리는데도. 나는 왜 물건처럼 사람을 버릴 수가 없을까.
그래서 나는 요즈음, 나날이 못되지고 싶다. 그래서 날마다 조금더 못되먹은 사람이 되어간다. 얼마나 못되져야 좋을지 모르겠다. 다만, 나도 역시 누군가를 깨끗히 버릴 수 있다면 좋겠다. 나는 그렇다. 새해를 앞두고 이렇게 불량한 마음가짐으로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