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가 들어 꽤 오랫동안 나는, 정말로 황폐했던 것 같다. 내 삶에서 제멋대로 자란 몇가지가, 강제로 크게 베어져 나갔지만, 나는 어디에도 사각거릴 수 없었다. 짓눌린 마음이 물러져 아무렇게나 주물러졌고, 시간은 고여서 절로 나쁜 냄새를 냈다. 제멋대로 파폐해져 위험해질대로 위험해진 내 정신을, 내 몸에 가두기에도 힘들었던 시간이, 늦은 새벽이 되면, 내 안에 오래오래 존재했다. 나는 날로 위험해졌다. 그래서 주변을 돌아볼 수가 없었다는 말을, 변명처럼 내뱉어야만 했다. 허나 나는 사실, 아직도 이렇게 숨고만 싶다. 고인 시간의 냄새는 몇번을 씻어도 지워지지 않고, 우왁스러운 손에서 제멋대로 주물러진 마음은, 자꾸만 나를 황폐하게 하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