얕지도 깊지도 못하고 그저 어설픈 새벽의 밤, 알바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는 길이었다. 홍대의 사람들은 모두다 내노라 하는 밤의 황제들인건지, 새벽 두시를 넘긴 시간에도 아무렇지 않게 거리를 쏘다녔다. 나는 추워서 코트의 옷깃을 잔뜩 여민 채 종종 걸음으로 걷다가, 누군가 토해놓은 밤의 흔적을 밟지 않기 위해 이따금씩 폴짝폴짝 뛰었다. 내가 한 번의 코너를 돌 때마다, 그 많던 황제들의 흔적은 한명씩 두명씩 사라져서, 집으로 가는 마지막 골목에는, 그 어떤 인기척도 보이지 않았다.

마지막 골목을 따라서 그저 앞으로 앞으로 걸으면, 이 골목길 끝에는 이사한 우리집이 나왔다. 그러나 가끔씩, 집에 돌아오는 길은 때론 너무 길어서, 나는 걸음이 달팽이처럼 느려졌다. 집으로 가는 마지막 골목은 종종 끝나지 않았다.

골목이 시작되는 곳에서 무심코 하늘을 올려다보니, 내 머리 위에서 달이 하늘에서 부옇게 뭉개지고 있었다. 다 뭉개진 불빛이 나를 내려다보았다. 나는 금새 눈시울이 따가워져 고개를 떨구고 보니, 까만 아스팔트 위에 일방통행이라는 네 글자가 단정하게 놓여 있었다. 나는 왜 이렇게 일방적인 사람이 되었을까. 이런 일방적인 관계에는 나도 이제 진절머리가 난다. 나는 달팽이가 되어 끈끈한 점액질 같은 흔적을 온통 길에 남겨가면서 걸은 후헤야, 간신히 이 골목이 끝났다. 그리고 알았다. 골목길 바닥에 끝에는 진입금지라는 단어가 단정하게 적혀있었다. 내 집 앞에 진입금지다. 마음이 정말 지쳤다. 이래서야 아무도 진입할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