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그 어느밤 새벽, 네가 집에서 살그머니 빠져나오던 것처럼, 나 역시도 아직은 그 새벽의 시간들을 그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게 생각한다. 네가 발자국을 지워가면 오던 새벽이, 이제 다시 오지도 않겠지만, 또 언젠가 그 새벽이 설령 다시 온다하여도, 그 어떤 발자국 조차 남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너는 매번 네 발자국을 지워가며, 내게로 왔다. 그러나 내게는, 네가 새벽에 내게 다녀간 발자국이, 내 속 어딘가에 상흔으로 남은 것만 같다. 오늘 밤 새벽에도, 너는 발자국을 지워가며 내 속으로 온다. 그래서 나는, 살그머니, 또 들키지 않게 무너진다. 지난 기억들은 이미 망가졌다. 새벽이 절뚝절뚝 걷는다. 나는 절름발이가 되었다. 내 기억의 왼발, 오른발은 하나도 맞지 않는다. 그래서인가보다. 요즈음 내가 남기는 것들마다 이렇게 모두 다, 조금씩 어긋나있는걸 보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