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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엇박자.
2011년 12월 09일 오후 02:12

가끔, 그 어느밤 새벽, 네가 집에서 살그머니 빠져나오던 것처럼, 나 역시도 아직은 그 새벽의 시간들을 그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게 생각한다. 네가 발자국을 지워가면 오던 새벽이, 이제 다시 오지도 않겠지만, 또 언젠가 그 새벽이 설령 다시 온다하여도, 그 어떤 발자국 조차 남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너는 매번 네 발자국을 지워가며, 내게로 왔다. 그러나 내게는, 네가 새벽에 내게 다녀간 발자국이, 내 속 어딘가에 상흔으로 남은 것만 같다. 오늘 밤 새벽에도, 너는 발자국을 지워가며 내 속으로 온다. 그래서 나는, 살그머니, 또 들키지 않게 무너진다. 지난 기억들은 이미 망가졌다. 새벽이 절뚝절뚝 걷는다. 나는 절름발이가 되었다. 내 기억의 왼발, 오른발은 하나도 맞지 않는다. 그래서인가보다. 요즈음 내가 남기는 것들마다 이렇게 모두 다, 조금씩 어긋나있는걸 보면.
Felix Vallotton, Die Neva bei leichtem Nebel (The night in light fog),1913, Oil on Canvas, 60 x 81 cm, Private collec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