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월세날이었다. 그 말은 곧, 새로운 곳으로 이사한지도 어느새 한달이 다 되었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나는 전보다 더, 홀로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공백기간이 길었던 언니의 연애라는 것은, 이제 이십대 후반을 나이를 함께하는 동생으로써, 쌍수를 들고 하이 파이브라도 해가며 환영해야 할 일이지만, 나는 정말 아주 가끔, 뭔가를 빼앗긴 듯이 외롭다. 그러나 사실 나에게는 그 무엇도 빼앗긴 것이 없다.

변명하자면, 이사했기 때문에 이것저것 사야할 것들이 많은 것이라 말하고 싶지만, 요즈음 이 어마어마한 구매욕이, 비단 이사 때문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원룸에서 투룸으로 이사하고, 내 방이라는게 생긴 뒤로, 나는 이 방을 채울 무언가를 자꾸만 사들이고 있다. 사실 나는, 나를 채우고 싶은거다. 그러나 이 작은 방안에 무언가를 채워도, 이 작은 마음도 채워지지 않을게 분명한데도, 나는 자꾸만 방안에 뭔가를 쑤셔넣고 싶다. 내 속에 뭔가를 자꾸만 쑤셔넣는다. 문득 집에 돌아와 보니, 이렇게 많은 것으로 채워진 내 방이 나 같아서 안쓰럽다 생각했다. 이미 내 방은 물건으로, 실은 나 하나로 가득 찼다. 더 채워질 것이 없다. 그러나 아직도 나는 텅 비어버린 기분이 든다. 매미 허물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