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가을일까. 초겨울일까. 날씨가 제멋대로 자란 잡초의 키처럼 마냥 들쑥날쑥 해서, 이따금씩 나는 벌초라도 하고 싶은 기분이 든다. 한풀 깎아내면, 같은 높이의 고른 날씨가 될까. 나는 요즘도 내가 일정하지 못한 것을 공연하게 날씨 탓을 한다. 그렇다. 나는 요즈음 들쭉날쭉하다. 급락하는 주가 그래프보다 몇배는 더.

여기는 아주 가끔씩 비가 내리고, 그 여파의 추위가 며칠은 간다. 나는 습관처럼 자주 난로를 틀어 몸을 녹이고, 밤이면 전기장판에 영혼까지 뉘인다. 나는 삶의 그 어떤 뜨거움을 바라며, 그 뜨거움을 이렇게라도 채우고 싶어한다는 걸 알고 있다. 몸이 뜨겁다고 해서, 내 삶이 뜨거워질리 없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요즈음 자주 먹먹한 기분이 된다. 완전한 이십대 후반, 단단했던 순간은 다 지나가고, 나는 이제 내가 농익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농익어 요염하기라도 하면 다행일텐데, 요염은 개뿔, 그저 무르고만 있으니 큰일이다. 나는 완전히 무르녹았다. 그리고 아주 때때로, 시간을 무르고 싶다고, 무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