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살고 있는 합정동만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어쨌거나 낮에는 폭염이 계속되고, 밤에는 열대야가 지속되고 있다. 하지만 열대야라는게 남도 그렇고, 나도 그렇다고 해서 참을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어젯밤에 무심코 벽면을 쳐다보았다가, 나는 몹쓸 것을 보고 눈을 질끈 감고 말았다. 마치 이것은 불륜현장이라거나, 남의 커플의 스킨십을 목격하기라도 한 것처럼, 낯이 뜨거워졌다. 내 시선은 왜 거기에 머무르고 말았을까.

벽에 떡 하니 붙어있는 네모난 보일러 조절기, 거기에 뜨는 현재 실내온도는 무려 32도라 말해주고 있었다. 시간은 밤 열시즈음이었다. 이 시간에 32도라니, 지구가 오늘은 앓아눕기라도 한 것 같다고 생각했다. 괜히 방 안의 온도를 정직한 숫자로 확인하고 나니,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어도 땀이 흘렀다. 입고 있는 옷의 갯수가 점점 줄어들며, 나를 가린 헝겊은 점점 작아졌다. 그래서 내 낯은 점점 더 뜨거워졌다. 나는 배때기를 찬 방바닥에 대고 누워서도 덥다며 새벽까지 끙끙, 나 역시도 지구와 함께 앓았다. 이따끔씩 정말 견딜 수가 없거든, 낯 뜨겁게 옷을 홀홀 다 벗어 제끼고는, 화장실에 들어가 샤워기를 틀어 찬물을 끼얹고 나왔다. 그렇게 꼭 여섯번을 벗었다. 정말이지 낯 뜨거워 견딜 수 없는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