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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일도 없었다는 것처럼, 또 일주일이 갔다. 뭘 한것도 없는데, 어느새 10월이 되고말았다. 요즈음 낮에는 어쩐지 늦가을 같은 날씨가 계속된다. 그러나 밤이면 밤마다, 익숙한 두자리의 숫자가 아나라, 한자리의 기온을 볼 때마다, 나는 마음이 더할나위 없이 차가워진다. 한밤의 기온이 아래로 떨어질 수록, 내가 점점 더 스물일곱에 가까워진다. 그러나 나는 아직도 멀었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더 몇년이 지나고, 내가 몇살이 되어도, 나는 아무도 책임질 수 없을거다. 스물일곱을 꼭 세달 남긴 이 시점에서도, 나는 나조차도 책임질 수가 없는 사람이니까.
스물넷, 스물다섯, 그리고 지금 스물여섯까지, 무려 3년을 좀 못되게 살았던 이 집에서의 이사를 준비하고 있다. 갑작스럽게 떨어져나와 살면서, 너무 습하고, 볕이 들지 않아서, 너무 힘들었던 시간들, 방을 알아보러 다니면 다닐수록, 하루라도 빨리 이 집에서 벗어나고 싶다고 생각한다. 3년이라는 시간동안, 방 곳곳에 남은 벽지의 얼룩처럼, 또 장판에 곳곳에 생긴 상처처럼, 집 안 곳곳에 남은 유령같은 기억들과 내 손때 묻은 기억들, 나는 여전히 이 집에서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한다. 매일밤 마음이 뒤척인다. 내가 이 집을 완전히 떠날 때에, 이 집 안에 품어둔 아주 많은 것을 버릴 수 있다면, 그때 나는 우리의 시간도 함께 버릴 수 있을거라고 생각한다. 그래. 나는, 버릴 것이고, 또 버려질 것이다.
며칠 전에는 오전부터 심장 윗부분이 찌르는 듯이 아프다 싶더니, 오후에는 갑자기 통증이 너무 심해져서, 걸음조차 제대로 걸을 수 없게 되었었다. 종종 흉통이 오긴 했었지만, 이 정도로 심했던 것은 처음있는 일이라 조금은 무서웠었다. 갑작스럽게 병원에 실려가듯이 다녀왔지만, 그 어떤 검사를 해보아도 크게 이상은 없고, 아무래도 스트레스성인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사실 그 어떤 문제가 있을거라는 생각은 안했다. 나는 언제나 늘 그래왔으니까. 하루에도 몇번씩, 가슴이 너무 아픈데, 그 때마다 나는, 내안에 무언인가가 나를 꼭 쥐어짜는 것만 같다. 그래. 아직도 마음이 덜 말랐다.
병원에서 스트레스성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나서부터, 어쩐지 더 스트레스가 쌓이는 기분이다. 아직은 그 때가 아닌데, 지나치게 단 것이 땡긴다. 어떻게든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함인지, 내가 살아남기 위함인지, 한 일주일동안 군것질과 음식들을 무럭무럭 섭취하고 말았다. 매일매일 이런식으로 평소 식사량의 두세배의 달하는 양을 먹고 나면, 밤새 속이 거북한데, 그래서 다시 무럭무럭 살이 찌고 있다. 그러니 이것조차 또다시 스트레스다. 악순환은 원래 이런식으로 돌고 돈다. 지구는 왜 이런식으로 돌고 돈다.
내가 길을 또 다시 잘못 들은 것 같다. 나는, 이따금씩 생각한다. 내가 자꾸 비정상적인 길에 접어들어 누군가에게 가까워지는 것 또한, 이 모든 것이 길을 잘못드는 내 탓이라고. 때문에 내가 또다시 길을 잃어도, 그 또한 아무말도 할 수 없을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