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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부터 단숨에 날이 추워졌다. 그제까지만 해도 반팔티와 반바지 차림에 발가락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신발을 신었던 것 같은데, 고작 하룻밤 사이에 기온이 뚝 떨어졌다. 어제는 온종일 집에 있다가 아홉시가 좀 넘어서 갑작스럽게 누군가 불러, 집 앞에 나왔는데, 나의 집 앞이 홍대 앞이라는 사실은 언제고 좀 부담스럽다.
지난 주에는 머리를 붉은색으로 염색했다. 그렇다고 해서 피구왕 통키마냥 해가 타오르는 빨간색은 아니고, 햇빛이나 조명을 받으면 많이 붉고, 아닌데선 그저 그런 정도다. 헌데, 아직까지도 머리를 감을 때마다 빨간물이 줄줄 흘러나와서, 애꿎은 수건에 얼룩덜룩 물이 들었다. 머리를 감을 때마다 그게 너무 싫어서, 어제는 집에서 머리도 안감고 질끈 묶어 올린채로 있다가, 나갈 때에는 대충 털모자를 눌러쓰고 나갔는데, 정말로 머리에 쓴 털모자가 하나도 어색하지 않은 날씨였다. 잠깐 홍대 앞을 걷는데도, 내게 부는 바람이 차다. 옷 사이사이에 바람이 든다. 마음에 괜한 바람이 든다.
여름이 끝났기 때문인지, 아니면 손가락 사이로 바람이 불기 때문인지, 어쩐지 다시, 손이 차가워지는 것만 같다. 그간 꼬박꼬박 챙겨먹은 약 때문에 이번에는 손이 좀 따뜻해지지 않았을까 싶었는데, 아직은 아닌가보다. 하긴 이십년이 넘도록 시렸던 손이, 고작 한달 약을 챙겨먹었다고 따뜻해질리 없겠지. 지난 겨울, 네 말마따라 차디찬 금속 같았던 내가 다시 돌아온다. 어젯밤 이따금씩 나를 잡아끄는 손에, 무엇인지 모르게 손도 마음도 다 시려운 기분이 들었다.
며칠동안 잠을 제대로 못자서, 얼굴도 마음가짐도 까칠해진 어제 아침에는, 어차피 밑도 끝도 없을 대화를 툭툭 던지듯이 하다가, 또 아무렇지 않게 툭툭 마음이 다쳤다. 나는 아직도, 내가 누군가의 삶에서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내가 참 먼지같다. 언제까지 나는 마음에서 털어내지도 못하고, 제대로 그 마음에 올라서지도 못하고, 그저 거기에 쌓여있게 될까. 애꿎은 마음들이 쌓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