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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인데도 꽤 쌀쌀하다. 오늘은 아침부터 찔끔찔끔 비가 오더니, 이런 식으로 종일 오다말다 할 것 같은 날씨다. 이 비가 다 오고 나면, 그제서야 진짜 가을이 시작될 것만 같다. 실은 밤의 공기가 차가워진지도 벌써 며칠 되었다. 어쩌면 진작에 가을이 왔는지도 몰랐다. 나는 이번 여름의 대부분을 장식한 비가 지겹달 땐 언제고, 또 이렇게 간만에 내리는 비가 그다지 나쁘지 않다 생각이 드는 것 같다. 마음이 젖은 듯이 차분하다. 또 어딘가는 죽은 듯이 고요하다.
이른 아침에는 날이 너무 흐려져, 긴팔 셔츠를 꺼내입을까 하다가, 여름 내내 개켜두기만 했던 옷에서 어쩐지 모르게 콤콤한 냄새가 나는 것 같아, 결국 다시 반팔 티셔츠를 입고 나왔다. 그랬더니 괜히 드러나는 맨살의 팔다리가 썰렁한 기분이 든다.
그나저나 어느새 금요일이 되었다. 개강하고 일주일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잘 모르겠다. 나는 학교에 출근하자마자 가방을 내려놓고 내 자리에 앉아보기도 전에 어느 강의실에 끌려가기 바빴다. 강의실이며, 연구실이며 하루에 적어도 열번씩 계단을 오르내렸던 것 같다. 이제는 겨우 한층을 올라가는 것도, 다리가 너무 아파 버겁다. 일주일 새에 살이 많이 빠졌다. 또 며칠 전에는 스물아홉명의 근로학생 면접을 봤다. 두명에서 세명씩 묶어 십분에서 십오분 남짓씩, 그러나 사람이 누군가를 제대로 파악하는데는, 정말로 몇 분이 걸릴까. 나는 내가 제대로 된 눈을 가졌는지는 잘 모르겠다.
금요일이 온 것이 이렇게 기쁠 수가 없다. 사실 두시간 반 뒤에 퇴근하고 나면, 다시 두시간 반 뒤에 출근이 기다리고 있지만, 새로 시작한 알바는 정말로 많이 즐겁다. 9월이 시작하고 불과 열흘도 안 지났지만, 왠지 모르게 그 사이에 너무도 많은 일이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또 한가지 분명한 것은, 내가 어느 쪽으로든 휘어지고 있는 것 같다. 눈이 자꾸 휘어진다. 눈웃음 치지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