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바람이 든다. 때문에 나는 요즈음 이따금씩 설레기도 하고, 답지 않게 무섭기도 하다. 소리내지 않고 다가올지도 모른다는 것은 설레지만, 또 그것이 한순간 마음을 덮칠지도 모른다는 사실이 두렵다. 누군가에게 마음을 내어주거나, 내가 누군가에게 집어 삼켜질지도 모른다는 것이 내게 언제부터 이렇게 두려운 것이 되었을까.

지난 가을부터 소슬바람이 불더니, 봄을 앞두고 꽃샘바람이라도 불어오려는 걸까. 바람이 자꾸만 분다. 나는 요즈음 마파람에 내 눈을 감추고서 지낸다. 요즈음 내가 보지 못하는 것들이 얼마나 많을지 모르겠다. 나는 자꾸 무엇인가를 보지 못한다. 내게 불어오는 바람이 맞바람인지 마파람일지도 모르겠다. 이따금씩 나는 요즈음 바람막이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아니 또 가끔은, 바람을 잡아줄 사람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바람잡이가 필요하다. 어떤 바람잡이가 나의 마음을 잡아줬으면 좋겠다. 허나 어째서 이렇게 마음을 설치게 하다 말아버릴 바람잡이들뿐이다. 나는 요즈음 남몰래 바람만바람만 늘어난다. 나는 바람만바람만 당신을 뒤따라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