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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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보라 몰아쳐도, 이겨내고.
2012년 02월 18일 오후 11:02

이번 겨울에는, 자꾸 눈보라가 친다. 무엇인가 자꾸 나를 휩쓸고 지나간다. 한차례 무엇인가 휩쓸고 가면, 그 위로 또 한차례 설풍이 세차게 불었다. 취설 속에서, 기어코 나는 눈사람이 되었다. 그러나 내게는 동그란 몸이 있었을뿐, 거기에는 달아날 발이 한쪽도 없었다. 그래서 매번 그 자리에 얼어붙어서, 그 모든 바람을 제 몸으로 맞았다. 실은 나는 누구보다 달아나고 싶었다. 허나, 달아나지 못한 마음은 발없이 동동 구르기만 굴렀다. 아니. 사실 나는 어디에도 가지 못할 것이다.
이제 또 다시 내게 어떤 바람이 불면, 이제 나는 내가 녹아버린 눈사람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질까 무섭다. 나는 내가 사라지고 싶어하는 것만 같아 이따금씩 무섭다. 이번 겨울에는, 혹독한 설한풍이 불어도 너무 많이 불었다. 요즈음 나는 무섭다. 아직도 겪어야 할 일이 남아있다면, 아직도 불어올 눈바람이 있다면, 다만 이번 겨울은 아니었으면 좋겠다.
Bill Jacklin, Snowy Night III, 2008, Oil on canvas, 61 x 50.8 cm, Marlborough Fine Art, London, United Kingd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