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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더니즘은 하늘나라로.
2012년 02월 19일 오후 09:02

어느 날엔가 함께 사는 언니보다 내가 먼저 불꺼진 집으로 돌아왔던 날, 현관문을 열고 신발을 벗고 주방 쪽의 불을 켜고 곧장 내방으로 들어오려다가, 문득 나는 방문 앞에서 멈춰섰다. 나는 갑자기 내방에 들어갈 수가 없었다. 하루에도 수십번을 넘나들던 방의 문지방을 갑자기 넘을 수가 없었다. 눈앞에 얇은 막이 생겨서, 나를 들어가지 못하게 막는 것만 같았다. 내방이 나를 튕겨냈다. 들어가지 못하고 가만히 서서 내방을 보는데, 그 순간, 나는 내가 무척 외로운 사람이라는 걸 알았다. 나는 이 방안에 너무 많은 것을 채우고 말았다. 방안에는 더 이상 뭔가를 들여놓을 수 없을 만큼, 너무 많은 것들로 그득했다. 그걸 보는 마음이 왈칵, 마음이 들쑹했다.
내방은 지나치게 나를 닮았다. 뭔가를 계속해서 채우려 하거나, 끊임없이 나를 채우기 위해서 지독하게 애쓰는 나를, 그래서 누군가의 속도 제멋대로 채우고 싶어하는, 나를 닮아도 너무 닮았다. 그 후로 이따금씩 나는, 방에 들어올 때마다, 마음이 아주 많이 외롭다. 사실 나는 좀 모던한 방을 갖고 싶었다. 허나, 아무래도 그건 글러먹었다.
Roy Lichtenstein, Living Room, 1990-1991, Print, Eleven-color woodcut and screenprint, 148.59 x 183.52 cm, Walton Fine Arts, London, United Kingd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