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했던 겨울이 끝나간다. 그래도 나는 그해 겨울의 첫눈처럼 무언가를 기다렸다. 그리고 약속은 빙판길의 무릎처럼 깨지기 쉬운 것이라는 것도 알았다. 첫눈은 몇번이고 되풀이 되었으나, 그 무엇인가는 다시 오지 않았다. 싸락눈처럼 가벼워 보였던 마음들이, 어딘가에 닿는 순간 바로 녹아 사라져 버릴 줄 알았던 것들이, 기어코 내 옷깃을 잡는다. 눈이 쌓인다. 그 무엇도 녹지 않는다. 나도 녹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