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물기가 너무 많은 사람이다. 나는 된 사람이고 싶었지만, 그저 질기만 한 사람이었다. 그래서 가끔은 죽도 밥도 안됐다. 나는 지난 감정의 늪에서, 그 질척함에서 시도때도 없이 뒹굴었다. 누군가의 곁에 있을때에도 그랬다. 이따금씩 나는, 온몸에 오래된 진흙을 여기저기에 묻히고 나타났다. 때문에 네가 힘들어 하는 것도 알았다. 네가 애써 내 몸의 흙을 털어내려 하지 않고, 잠자코 나를 안아주는 순간에도, 가끔 나는 딴 생각을 했다. 내가 나쁜 사람이라는 사실은 이런데서 아주 공공연히 드러난다.

헌데, 오늘 아침에는 그토록 질었던 기억들이, 이제 다 마른 기억이 되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내가 아무렇지 않게 뒤를 돌던 순간, 시간이 약이야. 라는 그토록 통속적인 말에 나도 결국엔 별다를 것 없이 속하게 되었음을 알았다. 허무한듸. 독은 차서 무엇하느냐고. 그럼 이제 나 역시도 누군가에게 말하게 될까. 결국엔 시간이 약이라고. 허나 이제와 별 것 아닌 것이 되었음은, 또 너에겐 얼마나 더 많은 상처가 될까. 나는 그 어떤 진창속에서도, 마른 땅에서도, 그저 누군가를 상처입히기만 할 것임을 안다. 나는 용서받을 수 없을 것이다.